호랑수월가(2021)

흐르는 저 하늘을 물어채는 범처럼

  • 흐르는 저 하늘을 물어채는 범처럼
  • 태산에 날아들어 숨어드는 새처럼
  • 동산을 뛰고 뛰어가는 강아지처럼
  • 온 산에 풍물 막을 내리네
  • 바람은 지친 끝에 밤에 몸을 뉘이네
  • 별빛은 아득하니 은하수를 내리네
  • 차가운 밤하늘에 세상이 젖어 가네
  • 그리워 홀로 타령을 하자
  • 흘러가라 사랑 사랑아
  • 덧없이 피고 떨어지는 꽃 송아
  • 애닯구나 가락 가락아
  • 눈물에 떨어진 별을 헤네
  • 푸른 달아 오랜 고운 내 달아
  • 비친 내 손에 내려다오
  • 은색 소매 내 곁에 두른 채로
  • 한 번만 타는 입을 축여다오
  • 푸른 달아 다시없을 내 달아
  • 뻗은 손끝에 닿아다오
  • 달빛만이 흘러 바다가 되고 지쳐
  • 전하지 못하는 수월가
  • 고요한 바다 위로 내 노래가 떠간다
  • 소리도 부끄러워 숨죽이고 떠간다
  • 달빛에 젖은 몸을 내놓고서 떠간다
  • 한낮이 비쳐 오를 때까지
  • 풍성한 가지 끝에 걸쳐 있던 연으로
  • 바람에 떨어져서 표류하던 잎으로
  • 물 위에 갈 데 없는 낡은 길을 짓다가
  • 그립고 슬퍼 눈을 감으네
  • 달아 달아 애달픈 달아 피었다
  • 이내 숨어 버릴 허상아
  • 시리구나 세월 세월아
  • 나날을 헤면서 현을 뜯네
  • 푸른 달아 오랜 고운 내 달아
  • 비친 내 손에 내려다오
  • 은색 소매 내 곁에 두른 채로
  • 한 번만 타는 입을 축여다오
  • 푸른 달아 다시없을 내 달아
  • 뻗은 손끝에 닿아다오
  • 달빛만이 흘러 바다가 되고
  • 지쳐 전하지 못하는 수월가
  • 서로 가자 굽이굽이 쳐 가자
  • 하늘에 닿을 너머까지
  • 밤아 가라 훠이훠이 가거라
  • 산 위에 걸린 저 달은 태평가
  • 서로 가자 굽이굽이 쳐 가자
  • 새벽에 닿을 너머까지
  • 달빛만이 흘러 바다가 되고
  • 지쳐 전하지 못하는 수월가
  • 하늘을 보며 그리는 풍류가
  •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나의 수월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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